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을 읽고..

2021. 8. 30. 19:38"사회를 바라보는 눈"/"BOOK&REPORT"

"짜증난다. 또 답답하다. 권순찬과 같은 사람이 내 주변에 없었음 좋겠다.” 소설을 처음 읽고 난 후 느낀 감정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입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돈을 거절한다. 입주민과 권순찬은 문제에 해결의지는 둘 다 동일하나 해결 방식에서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권순찬의 입장에서는 김석만 씨를 만나야 문제해결이 된다는 것이고 입주민은 떼먹힌 돈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 해결 방식이었다. 하지만 권순찬은 타인의 문제해결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행동의 잣대를 가지고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민들 입장에선 권순찬이 걱정도 되고 딱하기도 해서 호의를 베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순찬은 주민들이 생각한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또 결국 호의를 받아드리지 못하는 행위로 인해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 김석만은 이러한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사는데 말이다.

 

아마 권순찬이 불쌍한 상황에도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착한사람들이 생각하는 해결 방식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권순찬은 결과적으로 돈도 못 받고 어딘가로 끌려간다. 반대로 그가 찾던 김석만은 좋은 외제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난 것과 대비되게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권순찬이 그냥 돈이나 받고 수원의 있는 자신의 거처로 가서 정상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것이 나에게, 또 착한사람들에겐 더 나은 결정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나와 작중 인물들은 권순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연 권순찬이 우리에게 비난의 대상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나 작중인물들이 손가락질 해야 하는 것은 김석만이 아닌가? 왜 권순찬에게 손가락질이 간 것인가 고민을 해 보았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와 가장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은 내가 축구 경기를 볼 때였다.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광팬이라 새벽 시간임에도 자지 않고 경기를 챙겨 볼 정도로 좋아한다.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고 항상 레알 마드리드 팬인 내가, 레알 경기를 보면 참 짜증을 많이 내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넣어야 하는 골을 못 넣고 먹히지 않아야 하는 골을 먹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겨야 하는 경기를 지고, 꼭두새벽에 내 입에서 상스러운 말을 하도록 만든다. 과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나에게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당연히 승리를 하고 싶어 할 것이고 나 또한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하는 것을 바란다.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응원이 아닌 짜증과 비판이 주를 이루는 것인가 고민하였다.

 

소설과 축구에서 나의 화를 유발하는 공통점은 내가 생각 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같은 목표를 두고 있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그 때부터는 적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관적인 방식으로 선과 악으로 구분하여 비판이나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것에 대해 비판과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이면 선이고 그렇지 못하면 악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정치이다. 모든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정당이나 정책, 인물들에게는 무조건적 지지를, 반대의 경우에는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 형국에서 흔히 보이는 패턴이라 생각한다. 사실과 논리가 기반 되지 않은 무조건적 비판을 하니 김석만과 같이 정말 우리가 비판해야하는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비판하는 대상을 명확히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원색적 비난이 아닌,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분석해본 후 비판을 하라는 경고를 우리 사회에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