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모리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Why the West rules for now)- 1 서론

2021. 4. 26. 16:14"사회를 바라보는 눈"/"BOOK&REPORT"

1. 서론

1) 책 소개 및 연구방향 소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인 이언 모리스의 저작이다. 서로 오랜 시간 경쟁해 온 동서양 문명을 광범위한 지식과 명쾌한 논리로 비교·분석한 최초의 통합적 역사 이론서이다. 1000쪽이 넘는 분량 안에 작가는 서양의 지배권력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또한 현재 서양의 지배는 절대적이고 공고한 것인가? 동양이 서양보다 정녕 열등한가?’라는, 그동안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사감으로 다뤄져 왔던, 따라서 객관성이 다소 떨어졌던 동서양의 지배 역사를 하나의 객관적 지표만으로 읽어내는 데 주력한다. 자민족주의 혹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비이성의 잣대를 역사에서 떼어내고, 단 하나, ‘사회발전지수로 대변되는 객관적 잣대만으로 역사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의 결과물 - 그래서 서양이 우월하냐, 동양이 우월하냐 하는 문제 - 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서양이라는 힘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했는지를 이런 객관적 지표를 통해 탐구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보는 관점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변하는 논술서는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자신만의 뚜렷한 사관을 가지고 기원전부터 기원후까지의 방대한 인류 문명사를 통찰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이 통찰의 과정에서 사용된 작가의 도구(사관)를 분석하고, 그 도구의 장단점에 대해 평하는 것이 옳은 접근법으로 여겨진다.

 

 

2) 베이징의 앨버트

 

이 책은 1848년 영국이 청 제국의 속국으로 편입되면서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 베이징으로 끌려가는 픽션으로 시작된다. 가설 속에서 앨버트 공은 중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홀로 남은 여왕은 중국 제국 이전 시대의 마지막 유물이 되어 쓸쓸히 숨을 거둔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 실제 역사는 정반대였다. 중국의 항구를 거대한 범선으로 박살낸 영국군은 베이징의 궁전에서 약탈한 중국 강아지 루티를 발모럴 성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한다. 말하자면 실제로는 앨버트 대신 루티가 볼모였던 셈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실제로 발생한 서양의 지배를 발모럴 성의 루티, 혹시 일어났을지 모를 동양의 지배를 베이징 성의 앨버트로 환유한다.

 

왜 역사는 앨버트를 베이징으로 보내지 않고 루티를 영국으로 보냈을까? 다시 말해, 지난 200년 동안 왜 동양이 아닌 서양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대장정이다. 그동안 서양의 지배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변을 해온 두 가지 이론이 있다. 인종이나 문화와 같은 장기고착적인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크고 변경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나도록 결정했다는 이론(장기 고착 이론,(장기고착이론, 통상 장기론이라고도 함)과)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는 원인은 단순한 우연적 사건에 따른 결과라는 이론(단기 우연 이론,(단기우연이론, 통상 단기론이라고도 함)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둘 모두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라며 오늘날 서양의 지배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지난 몇백 년간만을 살펴봐서는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정립할 수 없으며, 장구한 역사 속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파악할 때에야 동양과 서양의 흥망성쇠를 통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고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여 년간 서양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이에 대한 답변을 온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가 고안해 낸 '사회발전지수'에 따라 재구성한 동양과 서양의 문명사는,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참신한 방식으로 통찰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를 지배해 온 권력은 '물리적 지리'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앞으로 다가올 22세기는 동양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