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모리스-왜 서양이 지배하는가(Why the west rules for now)-2 본론 1부

2021. 4. 27. 21:56"사회를 바라보는 눈"/"BOOK&REPORT"

본론


1) 1


1장 동양과 서양 이전에

 

1. 서양이란 무엇인가?

서양의 지배가 장기 고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기론자들은 산업혁명 이전부터 영국의 평균 소득과 그 분배의 균등함이 중국을 앞질러 있었다는 점에서 근거를 찾는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학자 캐네스 포머런츠의 주장을 빌어, 중국의 영토는 전 유럽을 합친 것만큼 방대하고 지역간 편차가 심하므로, 비교하자면 국지에 불과한 영국과의 줄세우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영국이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이었다면,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인 양쯔 강 유역과 비교해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18세기 영국과 양쯔 강 유역은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다. 그렇다면 동양보다 서양이 앞서게 된 계기는 시기상으로 18세기 이전이 아닌 이후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왜 서양이 지배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서양이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서양은 일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민주주의’, ‘자유’, ‘기독교’, ‘세속적 합리주의등의 개념어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서양에 대해 분분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노먼 데이비스의 발견에 의하면 학자들이 서양을 정의하는 방식은 열두 가지나 된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서양을 규정하는 특정 가치를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결론을 유리하게 조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은 논의에 있어 무의미하다. ‘서양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1. 세계 각지에서 서로 뚜렷이 구별되는 생활양식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를 되짚어본 후 2. 이러한 구별성이 나타난 지역을 묶어 그 가운데 최서단을 서양’, 최동단을 동양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는 가치 개입의 여지를 없애고, 오로지 지리학적 명칭으로만 두 지역을 구분하겠다는 의미이다.

 

동서양의 구분이 나뉘는 시작점을 찾기 위해서 저자는 태초가 아닌 세초(世初)로 돌아간다. 바로 인간의 시작이다. 인간이 없는 지구의 역사는 동서양의 구분에서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인류에 관한 고인류학 연구는 그들 내부적으로도 정립되지 않은 혼돈의 상태다. 일단 유인원이 직립보행의 과정을 거쳐 인류로 진화했다는 것은 화석 연구를 통해 증명된 기정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호미니드Hominid라고 불리는 사람족에서 미분화된 상태였다. 그러므로 호모 하빌리스라고 불리는 초기 인류는 침팬지와 사람의 중간단계 정도였다. 어떤 원인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이들 중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호모 하빌리스는 치열한 자연계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했고 그 결과 전체 호모 하빌리스족 중 보다 유인원에 가까운 이들을 제치고 우세하게 되었다. 이들의 일군은 발상지였던 고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동방을 향해 긴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연고지의 기후와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건조하고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는 내륙의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유전적 변이를 일으켰다. 바로 이 시점부터 동양과 서양 인류의 유전적 차이가 발생한다. 최초의 동양인으로 볼 수 있는 베이징원인과, 최초의 서양인으로 볼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으로 분리된 것이다. 장기론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1. 보다 용적률이 큰 두뇌(심지어 현생인류보다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2. 섬세하게 발달한 석기도구를 사용했고 3. FOXP2 유전자, 후두와 설골의 발달 정도를 미루어 볼 때 어느 정도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으며 4. 심지어 종교의식을 했던 것으로도 추론된다는 점에서 이 시점부터 서양의 지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류학적이고 사료에 입각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이들의 주장을 배격한다. 우선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은 이들이 아닌, 추후에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들이다.

 

사실, 서양의 지배가 기원전 2000년경부터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대다수의 인류가 혐오하는 고질적인 인종주의에 가깝다. 저자는 서양의 지배라는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연구가 인종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한다. 현재 서양의 문명은 세계를 지배하는 하나의 질서로서 군림하고 있지만, 그것이 서양의 압도적인 우월성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주장에 반박하는 자신의 논조가 이성을 유지하도록 실증적인 사료를 전면에 내세운다. 따라서 알타미라 동굴벽화, 네안데르탈인의 신체적정신적 우월성,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 등을 들어 서양의 장기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장기론자들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알타미라 동굴벽화 이외에도 선사시대 예술품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알타미라 벽화의 높은 미학적 성취도를 가지고 서구 전체의 예술 수준으로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당시 자연환경과 관련해 설명하는 등이다 를 설명하는 데 11장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2장 서양이 앞서 나가다

 

2장의 논의는 오랜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녹던 날을 시작으로 한다. 빙하가 녹아 전례 없던 홍수가 쏟아지고, 날마다 호수가 1.6Km씩 확장되던 시기였다. 일사량이 증가하며 인간은 식물과 마찬가지로 생육하고 번성했다. 마치 성경의 창세기 속 에덴동산의 원형 같았다. 기원전 1만 2천 년 무렵에 이르러서는 오늘날과 같은 기온으로 접어들게 된다. 지속적인 온난화는 이전에 정복하지 못했던 지역까지 인류의 진출을 가능케 했다. 바야흐로 11500년 경, ‘인류는 지구의 상속자가 되었다’.

 

이후 세계의 역사는 빠르게 진행된다. 도시국가가 생기고 영토가 비옥한 강가를 중심으로 문명이 발달한다. 개량종 식물이 출현한 이후 인류는 정착과 개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종교의식과 원시 문자, 가축의 사육, 건축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정교한 도자기로 치환되는 진화한 문화예술품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동양과 서양은 대체로 비슷한 일을 겪는다. 또한 이 일들은 비슷한 순서로 일어났다. 유럽과 아시아는 서로 동일 원인 하에 동일한 결과를 경험했다. 단 하나, 장기 고착 이론으로 볼 만한 확정적인 사실은 서양이 2000년 정도 앞섰다는 것뿐인데, 이는 서양의 지리적 여건(측면 구릉지대의 발달) 덕이다. 그렇다면 이 지표를 어떻게 분리해내서 서양이 지배하는 결과의 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것일까?


3장 과거를 평가하는 방법

 

작가는 수천 년의 역사를 아우르고 수백만 의 영역을 살펴봐야 하며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한자리에 가져와야 하는일이 바로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거대한 비교연구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 임무를 수행하려면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고, 그 지표는 사회발전지수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반박하고자 하는 두 가지 입장, 장기 고착 이론과 단기 우연 이론 모두는 지난 1만 년 안팎의 동서양 발전사에 대한 견해이다. 따라서 거대한 사회의 발전사를 두루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면서 명료한 지표가 될 수 있도록 세부사항을 정해야 한다.

 

1.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우리가 측정하는 사회의 국면은 여섯 가지 상식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사회발전이 무엇인지 드러내기에 적절해야 한다. 둘째, 문화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문학과 예술의 수준을 사회발전을 측정하는 유용한 잣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분야에서 판단은 문화적 구속을 받기로 악명 높다. 셋째, 항목은 각각 독립적이어야 한다. 넷째, 항목은 적절하게 기록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섯째, 항목은 믿을 만해야 한다. 여섯째, 항목은 편리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 여섯 가지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네 가지로 작가는 1. 에너지 획득, 2. 도시성, 3. 정보 처리와 전달 능력, 4. 전쟁 수행 능력을 꼽았다. 이로써 발전을 논하는 네 가지 요소가 정해졌다.

 

2.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가능한 단순하고 짐작하기 쉬운 수치를 상정하기 위하여, 1000점을 2000년대 사회발전 점수의 최고치로 설정한다. 그러므로 네 항목은 각각 250점을 최고점으로 갖는다.

 

3. 언제, 어디를 측정할 것인가?

 

장기적인 사회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기에, /월 단위 관측은 너무 조밀하다. 세기 단위 정도로 측정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기원전의 세계는 발전의 속도가 훨씬 느린 경향이 있으므로, 변동 척도를 적용하여 기원전 14000~4000년까지는 1000년마다 측정하고, 기원전 4000년부터 2500년까지는 500년마다(증거의 질이 향상되고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기원전 2500년부터 1500년 사이는 250, 기원전 14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는 세기 단위로 측정한다.

 

어디를 측정할 것인지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데, 동양과 서양 세계 안에 포함된 전 지역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복잡다단한 일이 된다. 이로 인해 조사가 경제성을 상실하여 실행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또한 전체 세계로 기준을 확대하면 뭉뚱그려져서 하향 평준화된 정보 외에는 얻을 수 없다. 정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두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을 선정하여 그곳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서양의 지배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는 세계의 대도시에서 나온다.

 

서양의 지배를 논하는 학자들은 경제, 정치, 현대사 전반에서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행적을 되짚지 않고는 세계의 미래를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서양의 지배가 어째서 가능한 것인지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이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